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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미각을 잃은 아내를 위해 만든 김밥 / 임세규

웅이 엄마랍니다~ 2022. 9.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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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인 선영이의 설마 했던 감기 증상이 코로나로 확진됐다.

' 방에서 꼼짝 마라 '

본의 아닌 격리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하루 간격을 두고 나와 아내, 둘째 딸까지 모두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다.

" 차라리 가족이 한 번에 확진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어떤 환자는 격리 해제가 끝나면 가족 중 다른 한 명으로 계속 이어져서 무척 힘들어했어요. "


▲ 코로나 바이러스 보기만해도 위협적인 모습 ⓒ 픽사베이 저작권 없는 이미지

그날 점심, 우리 네 식구는 마스크를 모두 벗고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같이 했다. 나와 딸아이 둘은 고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확진 3일째 되는 날 아침 아내가 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언른 체온계로 재보니 열은 38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코로나 환자가 코로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인한 각종 흉흉한 정보들을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아내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고 몸을 만져보니 ' 뜨끈뜨끈 ' 했다. 어린 시절 내가 열이 났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방법이 떠올랐다. 세숫대야에 찬물을 받아와서 꼭 짠 후에 일단 이마에 올렸다. 하지만 열을 떨어뜨리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정보를 검색했다.

' 아뿔싸! '

찬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이었구나. 수건에 물기를 어느 정도 짠 후 아내의 이마와 온몸을 닦아냈다. 다행히 해열제와 물수건 때문인지 반나절만에 아내의 열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 물기를 짠 수건 미지근한 물에 담가 조금 남은 물기가 있는 수건 ⓒ 임세규

이방 저 방에서 기침을 하고 ' 그윽 그윽 ' 가래 끓는 소리가 일주일 내내 온 집안에 가득 울렸다. 제일 먼저 코로나에 확진된 큰 딸부터 격리 해제가 순차적으로 되기 시작했다.

아내는 주말에도 쉼 없이 일하는 아울렛 매장 직원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즌이라 일손이 모자랄 때 코로나로 출근을 하지 못하니까 동료들이 고생할 거라며 마음 걸려 했다.

코로나 19가 발생 한 이후 우리 가족은 예방주사 때문인지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 지내왔지만 결국 바이러스를 받아들여야 했다.

코로나에 걸러보니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기력, 두통, 코막힘, 가래 등의 증상을 느꼈다. 격리 해제가 된 이후 목 아픔 증상은 꽤 오래갔다. 특히 하루 종일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아내가 힘들어했다.

코로나 격리 해제 이후 일주일이 지난 9월 03일 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올해 생일 선물은 어떤 걸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꽃, 반지, 옷 들보다는 아내가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생일 선물을 김밥으로 해주다니.. 드라마에서 나오는 멋지고 근사한 요리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행복보다 투박하지만 정성으로 만든 김밥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입맛도 없고 미각을 잃었다는 아내에게 좋을 것 같았다.

" 가자~ 마트로 ~ "

둘째와 함께 김밥 재료를 사러 갔다. 김밥 세트도 잘 나왔는데 그것보다 집에 있는 재료를 써 볼까 싶어서 두어 가지를 간단히 사 가지고 돌아왔다. 평소에 자주 보는 YouTube ' 이 남자의 쿡 ' 채널을 참고해서 꼬다리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묵은지 김치와 참치, 깻잎을 주 메인으로 계란지단, 스팸, 청양고추를 활용해서 만들었다. 김밥 재료 준비와 설거지는 내가 하고 김밥을 마는 건 둘째 딸아이가 도와줬다.

" 짜잔 ~ 완성이다. "

우와, 하다 보니 김밥 꽃이 만들어졌다. 깻잎 모양 때문에 그렇게 됐다. 곁들인 오렌지 주스와 포도 주스가 유난히 다정해 보인다.

▲ 꼬다리 김밥 입맛과 미각을 잃은 아내를 위한 김밥 ⓒ 임세규

" 띵동 "

아내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 입안 가득 김밥 꽃 향기가 아내의 온몸으로 퍼졌다.

" 피로야 ~ 이제 너도 쉬러 갈 시간이야. "

아내가 포도 주스를 한 모금하더니 ' 엄지 척! '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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